경영 관련 서적을 읽다가 문득 짧은 생각에 잠기다.
회사에서 월급 받고 일하려면 적어도 월급보다는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되고, 회식자리 가서 상사가 주는 술 먹고 노래방 가서도 자기 좋아하는 노래 못 부르고 분위기 띄운다고 트로트 부르고, 시간 부족하면 주말까지 출근한다. 업무량이 많지만 주요 요직으로 생각되는 대기업의 핵심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도 회사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그냥 일만 더 많이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다고 추가로 주어지는 보상은 없고 그 부서에 근무하는 자부심만 생기는 것 외에 없다.(생활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자부심도 없을 수 있다.)
영업하는 세일즈맨은 수많은 인맥관계를 좋게 유지하며 지내야 한다. 영업하기 위해 깔끔함을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품위유지비가 고정비로 지출된다. 과거에 전문직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들도 요새는 영업맨들이란다. 감정평가사는 은행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영업하고 다닌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동네에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점점 힘들어진다.
왜 그들은 근무의 길을 택했고, 경영의 길을 택했는가?
이건 사실 당연한 것이다. 처음에는 자본이 없기 때문에 근무를 해야 하고, 사업을 경영해야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 바로 '투자'다.
투자의 길을 택하면 근무, 경영과는 다르게 성공했을 시에 본인에게 정확하고 확실한 보상이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보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Cash로 돌아온다. 또한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CEO보다 더 위에 군림하는 존재다. 회사 실적이 안 좋으면 CEO에게 왜 실적이 이 모양이냐고 말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가 있다. CEO는 회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장부터 사원까지 실적 독려를 할 것이고, 그들은 주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투자자가 할 일은 그들이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등 회사 전반적인 내용을 관리 감독하는 것과 이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 외에는 별로 없다.(물론 이 역시 힘든 것이다.)
투자가 쉽다는 얘기가 아니다.
투자는 엄청난 지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탐구적 노동이다. 이 과정은 상당한 스트레스와 고뇌의 시간을 갖게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굉장히 진지모드로 바뀌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고뇌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굳이 기업에 대한 확신 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 전망, 세계 증시, 환율의 변동 등 수많은 정보에 대해 자신의 투자한 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며 득과 실을 따진다. 글로벌화의 가속으로 인해 한 나라의 증권시장은 그 나라의 내부 이슈 뿐만 아니라 해외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서 나쁜 소식이 있으면 하락하고, 북한 이슈 때문에 해외 수많은 시장이 강력한 상승장임에도 조정받는다.
가까이 보면 트레이더의 입장에서 단기간의 수급상황을 좌지우지하는 여러가지 이슈와 상황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본다면, 현재 돈을 잘 벌고 있고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된다면, 기업 자체에 대한 고민 이외에 다른 이슈는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면 유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뇌의 시간은 회사가 얼마나 영업을 잘하고 있는지, 또 향후 얼마나 발전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에 국한하고 회사의 주식을 사기 전까지만 필요할 것이다. 주식을 산 이후에는 그 회사가 내가 생각한 내용대로 영업실적을 잘 내고 있는지와 또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뇌를 해야 한다. 모든 걸 다 생각하기에 인생에 주워진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다.
이런 자신과의 싸움에 익숙해지면 회사원과 자영업자보다는 편하리라 생각된다. 머리로 일하고 몸은 마우스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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