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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이사회 승인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병 결의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양사의 합병을 위해 각 회사의 임원들은 열심히 논의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동원산업의 이사진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우리 회사의 주식 1주당 순자산가치는 38만 2,140원입니다. 그런데, 1주당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의 평균을 계산해봤더니 24만 8,961원입니다. 상법상 순자산가치와 시가 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회사를 24만 8,961원으로 동원 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하기로 만장일치 승인합니다.
동원산업의 이사진은 운영 중인 회사의 가치를 무려 35%나 평가절하해서 타 회사와 합병하는 걸 만창일치로 의결한다. 만약 동원산업의 이사회가 '독립적'이라면 이런 결정을 절대 할 수가 없다. 회사의 자산이 1조 5천억 원인데, 스스로 5천억 원을 줄여서 회사를 합병하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대표가 대체 어디 있을까? 과연 이게 법인 소유의 재산이 아닌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사외이사 개인 자산이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만약 대표이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10억이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는 금고가 있고 그 안에는 금괴가 5억 원어치가 들어있다. 그런데 아파트가 시장에서 10억 원에 거래된다고 그 안에 있는 금괴 5억 원까지 원 플러스 원으로 포함해서 팔 수 있을까? 금괴는 빼고 아파트만 10억 원에 팔던지, 아니면 매각할 수 있는 금괴가 포함이니 당연히 15억 원에 팔아야 하지 않을까?
동원그룹의 이율배반적 행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할 때 상장사는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다. 다만, 당시 주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을 때 상장사는 자산가치를 선택해 합병비율을 정할 수 있다. 비상장사는 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이는 주가가 낮을 때 회사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1) 동원산업의 합병가액 산정은 둘 중 낮은 가격으로 결정함
평균 시장가격이 24만 8,961원이지만, 순자산가치는 1주당 38만 2,140원이기 때문에, 이사진은 기업가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후자를 합병가액으로 결정했어야 합리적인 결정이다. 또한,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스타키스트'는 현재 장부가, 원가로 기재하고 있는데, 이 금액이 6,657억 원이다. 그런데 스타키스트의 2021년 실적은 매출 9,018억 원, 영업이익 1,363억 원, 당기순이익 1,057억 원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7이 안 되는 저평가 수준인 것이다.
동원산업의 이사회는 합병을 위한 정당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스타키스트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한 후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스타키스트 순자산가치만 6,657억 원인데, 동원산업의 가치를 9,155억 원으로 합병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고, 공정가치로 재평가한다면 스타키스트는 가치가 1조 원이 넘어갈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하여 시장에서 주가가 회복된 후에 합병을 해야 한다.
2) 동원시스템즈 합병 시 합병가액 산정은 둘 중 높은 가격으로 결정함
과거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시스템즈를 합병했을 때는 어땠을까?
동원시스템즈는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기준시가(주당 4만 3,539원)가 자산가치(1만 5,003원) 보다 높으므로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했다"라고 밝혔다.
동원시스템즈는 자산가치보다 기준시가가 높아서 기준시가를 합병금액으로 산정했다. 둘 중 높은 금액을 선택해서 합병한 것이다. 그런데 동원산업은 자산가치가 높은데도 선택하지 않고 이보다 낮은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한 것은 이율배반적 행태이다.
3) 현금창출 능력이 더 높은 회사가 가치가 낮음
현금창출 능력이 높은 회사는 낮은 회사보다 더 높은 가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출 1,000억 원에 순이익 100억 원인 회사보다, 매출 500억 원에 순이익 200억 원인 회사가 현금창출능력이 더 높고, 실제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2021년 별도 기준으로 현금창출 능력(EBITDA)에서 동원산업(1,548억 원)과 동원엔터프라이즈(511억 원)의 격차가 큼에도 동원산업 가치를 9,155억 원,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를 2조 2,300억 원으로 산정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와 정반대로 되어 있다. 과연 독립된 이사회였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회사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 후 합병시키는 것은 이사 본연의 임무를 져버린, 업무상 배임 아닐까?
공개적, 적극적 거부의사가 필요
최근 정치권에서는 소액주주에게 이런 불합리한 합병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입법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도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기관투자자 또한 화력지원 중이다.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고 개인투자자만 손해 보는 이번 합병건을 거래소가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동원그룹은 혼 한번 세게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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